시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내가 백수가 되고 시간이 널럴하여 서점에 종종 들리게 되었다. 이 책 저 책 구경하다가 눈에 띈 책이 있었는데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었다. 제목이 뭔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이라 그런지 책도 130여페이지 되게 얇았다.
시집을 펼쳐보면 맨 처음에 류시화 시인이 서문을 대신해 쓴 시가 나온다.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파블로 네루디 <시> 중에서-
뭔가 이 시에서 말하는 '시'가 '또다른 나'로 느껴졌다. 29살 무렵 백수가 되어 이상하게 그 전과는 다른 내가 찾아온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비로소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으며 나는 왜 짜증이 나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나에 대해 많이 궁금해지고 나의 진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것 같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시에서처럼 '나'를 부르는 소리임은 확실한 것 같다.
본문 26p에서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시 중에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막연하게 그린 성공과는 다른 마음이 훈훈해지는 구절이었다.
본문 31p에서 위로의 시가 나온다.
<그런 길은 없다>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
내가 위로받고 힘이 되었던 구절들이 많이 있다.
본문 71p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에서 '만일 단지 짧은 기간 동안 살아야 한다면 이 생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을 찾아보리라. 그리고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확실히 말하리라. 덜 후회하고 더 행동하리라.'
본문 108p <죽기 전에 꼭 해볼 일들>에서 '혼자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 ... 아무 날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친구에게 꽃을 보낸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른다.'
본문 124p <인생을 다시 산다면>에서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이 외에도 내가 위로받고 힘이 되었던 구절들이 많이 있다. 이 잠언 시집을 읽으며 마음을 위로받았다. 시에 담긴 그들의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이렇게 깊게 박히는 것은 이 시를 쓴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져서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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