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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백수찬의 클래식 기타 이야기

프로백수찬의 클래식 기타 이야기/입문하게 된 계기/클래식기타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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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기타를 배운 지는 2년이 조금 넘었다.

클래식 기타를 배우게 된 계기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제대로 된 취미가 없었고 그래서 찾아 헤매던 중 악기가 좋겠다 싶어

어떤 악기를 배울까 생각하다가 아버지가 매일 기타를 치시는 것을 떠올렸다.

사실 기타는 취미로써 지금까지 하고싶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가 매일 치시는 것을 보고 자라온 내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악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짜장면 집 아들이 짜장면을 오히려 싫어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평생을 아버지의 기타 연주를 들어온 것이 영향이었을까. 나이가 30대를 바라보게 되서 그런걸까. 

속으로 '그래, 기타를 평생의 악기로 취미로써 배워보자.'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기타가 더욱 내게 맘에 들었다. 어딜 가서든 기타는 들고 가서 칠 수 있다. 피아노처럼 한 군데에서 가만히 치는 것을 나는 좋아하질 않는다. 은근히 활동적인 터라 이곳 저곳 움직여가며 칠 수 있는 기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굉장히 서민적인 악기라고 생각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기타를 붙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그 모습이 이뻐보였다. 아버지가 기타를 매일 치셨으니 당연히 집에는 아버지 기타가 놓여져 있다. 그래서 나도 도레미파솔라시도 정도는 능숙하게 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이긴 했다.

 

 집 근처 학원이 2곳이 있었는데 좀더 먼 곳을 먼저 가봤다. 살짝 퀘퀘한 냄새가 났고 그 곳의 원장님은 내가 예상한 대로 간단명료하게 가격은 얼마 얼마이고 바로 배우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자기 할 일을 분주하게 하셨다. 뭔가 이곳에서 배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나도 더 물어보지도 않고 알겠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올게요 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나머지 한 곳의 기타학원을 갔다.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곳이라 위치가 일단 좋았고, 친구네 집이랑 정말 가까워 가끔 친구도 만나서 더 좋았다. 그 곳 학원의 원장님은 나이가 일흔은 훨씬 넘어보이는 지긋이 나이를 먹으신 선생님이셨다. 첫인상은 매우 깐깐한 노인으로 보였고, 노인치고는 훤칠한 키에 깔끔한 정장 차림, 그리고 올백으로 넘기신 숱많은 백발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눈이 매우 부리부리하고 매서웠다.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말씀하셨다. 어떻게 기타를 배우러 오게되었는지. 기타를 취미로 하실 것인지. 기타 전공자인지 등등에 대하여 물으셨다. 

 

 "저는 기타를 배워본 적도 없고 그냥 기타를 배우고싶고 평생의 취미를 하나 갖고자 왔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평생의 취미를 갖고자 하는 마음이 멋지다고 그런 멋진 사람을 본인은 좋아하고 가르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보통은 잠깐 어떤 특정한 한 곡을 배워서 뽐내려는 사람이 학원에 와서 배우곤 하는데 본인은 그런 잠시 일회성의 가르침은 잘 하지 않고 웬만해선 기피한다고 하셨다. 이 기타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에 대해 얘기하셨고 기타를 절대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사람이 정말 멋진 사람이고 모든 일을 잘 해낼 사람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 선생님의 기타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이 선생님의 가치관에 매료되어 바로 배우겠다고 했다. 기타를 배우면서 인생도 같이 배울 수 있을것만 같은 기대감에 일주일에 두번 배우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기타에는 종류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냥 줄 달려있고 통처럼 생겼으면 다 기타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배운 지 한달여쯤 지났을까. 나는 내가 배우고 있는 이 기타가 집에 있는 아버지의 기타랑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알고봤더니 이 기타학원은 나일롱 줄의 부드러운 소리가 특징인 클래식 기타였고 집에 있는 것은 쇠줄의 통기타였던 것이다. 나는 통기타를 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클래식 기타 학원에서 한달여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통기타는 보통 코드로 스트로크 주법으로 시원하게 치는데 이 클래식 기타는 음표 하나 하나를 왼손으로 운지를 잡고 치게 된다.

 

 나는 이미 이 선생님과 클래식 기타의 매력에 빠져버려서 평생의 악기로 정해둔 상태였다. 통기타는 서브로 아버지께 배우거나 따로 통기타 학원을 다녀야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나중에 한 1년 지나서는 통기타 학원도 한 두달 정도 다녔었다.

 

 이렇게 나는 클래식 기타에 입문하게 되었고 2년 조금 넘게 배우고 있는 지금, 아직 평생의 악기로써의 마음은 그대로 남아있다. 계속해서 연습해야 하는 것인데 배울수록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기타보다는 통기타 쪽으로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클래식 기타를 치면 좋은 점은 연습하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하나 하나 선율에 따라 지나간다. 손톱 정리를 통해 내 몸을 정돈시키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할 수 있다. 클래식 기타 곡은 아름다운 선율이 많아 곱고 부드럽게만 친다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돈된다. 

 

 통기타 학원을 다닐 때 선생님이 그랬다. 그 분도 클래식 기타를 조금 쳤었는데

 

 "클래식 기타는 정적인 반면 통기타는 동적이다." 

 

 그래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정돈시키려면 클래식 기타를 하고 스트레스를 풀고싶거나 신나고 싶을 때는 통기타를 애용해서 친다고한다. 그 말에 적극 동의한다. 

 

 나는 오늘도 클래식 기타 학원에 간다. 오늘은 칭찬좀 받아보고싶다. 못 받은지 너무 오래되서 살짝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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